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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UR BAMBOO, 권기수 개인전

05.03. - 06.15. 2024 

<색죽色竹>

네 가지 풀나무꽃을 우러러 이념화하여 명색이 사군자로 굳은 건 명말 청초였다. 명색名色이란 문자대로 풀면 이름과 색이다. 이름만 있고 형상이 없는 게 사상이요 이념이라는 관념이다. 

 

네 가지 풀나무꽃에 굳은 생각을 씌웠으니 바야흐로 이는 풀나무꽃이되 풀나무꽃이 아니었다. 문자향文字香이든 서권기書卷氣든 스며야 비로소 사군자라는 풀나무꽃이 될 수 있었다. 

 

여기에 이의를 달고 다른 붓질을 내밀면 수묵화 세계에서 이단이기 십상이었다. 전통이라는 아주 굳은 틀 안에서 재주를 피워내야 했다. 

 

이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색죽色竹 Colour Bamboo은 이름에서 벌써 아주 딴판인 대나무다. 권기수는 형상과 색에서 사군자를 전혀 다르게 해석하면서 그 세계를 해체하여 현대 회화 언어로 재구성하고 있다. 네 가지 풀나무꽃에 진작부터 더러 색 물감을 쓰기는 하였으나 감히 대나무에는 오래도록 색이 침범하지 못하고 있었다. 작가는 그 대나무에 서슴없이 놀랍도록 화려한 물감을 입히고 있다. 그에 따라 묵죽墨竹이라는 관념이 품고 있던 지조 따위와는 다른 세상을 눈 앞에 펼쳐내고 있다. 

 

‘색죽’은 마디마디 색을 달리하면서 화폭에서 음계처럼 작동한다. 마침내 색죽은 그림 밖으로 나와 사람들 사이를 지나고 있다. 색죽 설치다. 그건 전통 대나무 울타리와 닮았으되 색죽들의 향연이다. 색죽 23년 만에 대나무가 색옷을 입고 공간을 활보하기에 이른 것이다. 색죽 죽림, 곧 색이 춤추는 대숲이라고 해도 좋다. 거기서 색의 율격을 듣든 음악소리를 보든, 이는 색죽과 만나는 이의 몫이다. 분명한 건 새로운 대나무, 곧 색죽 출현이다.

​서마립(예술비평가)


 

Colour Bamboo

 

May 3, 2024- Jun 15, 2024

MIUM PROJECT SPACE 

서울시 종로구 평창20길 14, 1층

Tel. 02 3676 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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