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도시
임영주 개인전
03.24 - 05.06, 2023
액체도시
March 24, 2023- May 6, 2023
MIUM PROJECT SPACE
서울시 종로구 평창20길 14, 1층
Tel. 02 3676 3333
<액체도시>
물질사회 도시민들은 일찍이 인류사에 없던 거대한 실향민들이다. 고향은 사라진 지 오래이고 향수가 머물 곳조차 상실하기에 이르렀다. 토마스 울프Thomas Wolfe의 말은 가히 예언적이다.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You Can't Go Home Again!
근대 도시는 철근과 콘크리트로 조직화한 고체 구성체다. 직선과 효율성이 이 공간을 지배한다. 도시의 집약성은 인구뿐 아니라 생산력과 시장성을 극대화한 산물이다. 인간의 삶은 파편화한 채 거기에 부유하거나 종속된다. 귀향이나 향수 따위는 거처할 자리가 없다. 사람들은 한 데 몰려 살지만 자기 땅에서 떠도는 익명의 실향민일 따름이다.
이 실재하는 도시와 향수 어린 기억의 도시 사이에 서성거리는 도시가 액체도시다. 액체도시는 그림이나 문자로 표현될 때 비로소 성립한다. 이 도시는 고형이 아니라 유동하는 도시다. 유동을 지배하는 건 불안정성이다.
액체도시에서 도시 이미지는 거듭 중첩된 채 표류하고, 또 집합하고 있다. 이는 작가가 살아온 삶의 노정과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이미지는 저마다 고립된 듯하면서 다른 이미지들과 어울려 어디론가 움직이고 있다. 방향은 알 수 없다. 이것이 유동성이다. 형체는 일그러지고, 납작하게 기고 있거나 부유하면서 색색이 끓어오르고 있다.
이 도시 그림자들은 작가가 겪어 온 공간 이력서들임에 분명하다. 그림자들은 얼핏 해체된 편린들 같지만 자기 모색을 포기하지 않는 형태이자 반사되지 않는 거울이다. 임영주는 이를 반추해서 그저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지 않는다. 그는 집요하게 현재에 천착하면서 실재와 기억 사이에 푯대를 세운 채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중이다.
작가는 이처럼 물질사회 공간을 유랑하는 시민들 내면에 꿈틀거리고 있는 도시를 눅진하게 기록하고 있다. 인물들은 그 틈바구니에서 다분히 그로테스크한 형상으로 출몰한다. 액체도시 군상들이다. 그 얼굴들은 태어난 곳은 있지만 고향이 아니고, 고향이 있어도 고향이 없는 존재들이다. 임영주 작업은 귀환처도, 향수마저 부재하는 거대 도시에 대한 자화상이다.
이 물질사회 도시 자화상은 낙원(고향)에서 추방된 자, 성소sanctuary를 상실한 상태를 형상화하고 있다. 그 중심을 관류하고 있는 건 유동성이다. 바로 ‘액체도시’다.
서마립(예술비평가)
<Fluid City>
City dwellers in material society are hugely displaced people unprecedented in human history. The hometown has long since disappeared, and even nostalgia has lost its place. Thomas Wolfe's words are truly prophetic. “You Can't Go Home Again!”
Modern cities are solid structures organized with steel bars and concrete. Straight lines and efficiency dominate this space. The intensity of a city is a product of maximizing not just population, but productivity and marketability too. Human life is fragmented and subordinated to it. There is no place for homecoming or nostalgia. People flock to live in one place, but they are just anonymous displaced people wandering the land they own.
The city that hovers between this real city and the city of nostalgic memories is the Fluid City. The Fluid City is validated only when it is expressed in pictures. This city is a floating city with no solidity. Instability governs its flow.
In the Fluid City, urban images are repeatedly overlapping, drifting, and gathering again. This does not seem unrelated to the course of the artist's life. Whilst each image seems isolated, it is marching somewhere along with other images. The direction is unknown. This is fluidity. The shape is contorted while crawling flat or drifting, and the color is boiling up.
These urban shadows can only be the spatial resumés the artist has gone through. The shadows are fragments and mirrors. Young Ju Yim ruminates on this and does not just want to go back to the past. He is fighting with a signpost set between reality and memory whilst stubbornly delving into the present.
Artist Young Ju Yim records the city wriggling inside the citizens who wander in the space of a material society like this. The characters appear in a quite grotesque form in that gap. They are Fluid City peoples. Those faces are beings who have a place of birth but not a hometown, and even though they have a birthplace, they do not have a home. Young Ju Yim's work is a self-portrait of a huge city where there is no place of return or nostalgia.
This self-portrait of a city in a material society embodies the state of being exiled from paradise (the hometown) and losing the sanctuary. What flows through the center is fluidity. It is the Fluid City.
Marip Suh (Art Critic)